입김이 서리지 않는 손님

1챕터 · AI 시작

매표소에서 일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선배가 한 가지만 일러 주었다. "유리 아래쪽 봐. 말할 때 안 흐려지는 손님한테는 표 팔지 마." 왜냐고 물었더니 선배는 웃기만 했다. 나는 농담인 줄 알았다. 밤 11시, 포항 시외버스터미널.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을 때 그 손님이 왔다. 회색 패딩을 입은 여자였다. 머리끝이 젖어 있었는데, 밖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영덕 가는 거 한 장이요." 유리 아래쪽은 맑았다. 대합실 난방이 약해서 내가 말할 때마다 유리가 하얗게 흐려지는데, 여자 쪽은 방금 닦아 놓은 그대로였다. "신분증 있으세요?" "없어요." 여전히 맑았다. "죄송한데 막차는 매진이에요." 거짓말이었다. 화면에는 빈자리가 11개 떠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숙여 내 명찰을 읽었다. "도윤 씨. 그럼 내일 첫차로 할게요. 내일은 도윤 씨도 같이 타잖아요." 여자가 돌아서 나간 뒤에야 단말기를 봤다. 내일 첫차 영덕행 좌석 두 개가 예약 완료로 바뀌어 있었다. 예약자 이름은 두 줄 다 이도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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