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경첩 소리

1챕터 · AI 시작

냉장고 문이 닫히기 직전에, 안쪽 선반의 생크림 통 하나가 아주 조금 앞으로 밀려 나와 있었다. 정리는 분명 민서가 끝냈다. 인천 중구 바닷가 쪽 골목에 있는 작은 케이크 공방은 밤 10시가 넘으면 소리의 종류가 줄어든다. 반죽기 돌아가는 소리도, 배달 기사 벨 소리도 사라지고, 남는 건 쇼케이스 모터 돌아가는 낮은 웅웅거림과 냉장고 경첩이 버티는 소리뿐이다. 민서는 집게를 내려놓고 한동안 그 통을 보았다. 자기가 놓은 건 맨 안쪽이었다. 손님도 없었고, 오늘은 아르바이트도 쉬는 날이었다. 그녀는 냉장고 문을 끝까지 열어 생크림 통의 날짜 라벨을 확인했다. 오늘 쓴 것, 내일 쓸 것, 버릴 것. 늘 같은 순서였다. 그런데 맨 위 칸의 딸기 상자 손잡이가 반대로 접혀 있었다. 상자를 꺼낸 사람이 급하게 밀어 넣을 때 자주 그렇게 된다. 민서는 허리를 조금 숙여 아래 칸까지 봤다. 버터 박스는 제자리에 있었고, 시럽 병 뚜껑도 닫혀 있었다. 도난이라고 부를 만한 건 없었다. 이상한 건, 누군가 만지고 간 흔적만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뒤쪽 작업대 위 휴대폰 화면을 켰다. 10시 42분. 닫는 시간은 한참 지났고, 건물 복도 센서등은 벌써 두 번 꺼졌다 켜졌다 했다.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유리문 아래 달린 은색 종이 한 번만 울렸다. 민서는 순간 숨을 멈췄다가 앞치마에 손을 닦고 나갔다. 문밖에는 같은 건물 1층 세탁소 주인 조성호가 서 있었다. 밤마다 마지막 빨래를 털고 올라와 남는 얼음을 얻어 가는 사람이었다. 늘 파란 아이스박스를 들고 왔다. 오늘은 빈손이었다. "아직 안 갔네. 불 켜져 있길래." "정리 중이었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성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유리문 너머 작업실 안을 한 번 봤다. 민서도 저도 모르게 그 시선을 따라 돌아봤다. 냉장고는 닫혀 있었고, 스테인리스 상판 위에는 짤주머니만 놓여 있었다. "아까 2층 복도에 누가 왔다 갔다 하던데. 손님 받았어?" "아뇨. 저 혼자였는데요." 성호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셔츠 소매 끝에는 아직 세제 물기가 마르지 않아 짙은 반달 자국이 있었다. "이상하네. 난 분명 네가 안에서 누구랑 말하는 줄 알았어." 민서는 웃어 보이려다 말았다. 2시간 전부터 공방 안에서는 그녀 말고 아무도 입을 연 적이 없었다. 주문서 확인할 때도, 오븐 끌 때도, 냉장고 재고 적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10분쯤 전, 작업실 뒤편에서 짧게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민서는 케이크 받침대가 기울어진 소리라고 넘기고 확인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배수구 덮개를 빼서 딸기 꼭지와 크림 찌꺼기를 걷어내는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안 하면 아침에 쉰 냄새가 설탕 냄새를 다 이긴다. 성호가 문턱을 넘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민서야, 너 오늘 배수구 덮개 열어 봤어?" 그 순간 작업실 안쪽에서 냉장고 경첩이 천천히 한 번 울렸다. "방금, 누가 안에서 닫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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