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알림음
1챕터 · AI 시작
사라진 사람의 목소리는 대개 잊히지 않고, 요즘은 배송된다.
2038년 2월, 목포 북항의 기상 관측 부표 관리동은 오후 3시만 지나면 바람 소리가 벽을 얇게 만들었다. 나는 2층 작업대에서 회수 드론들의 진흙 얼룩을 닦고 있었다. 드론마다 바다 냄새가 조금씩 달랐다. 가까운 연안만 돌고 온 기체는 젖은 밧줄 냄새가 났고, 먼 수온 경계선까지 갔다 온 기체는 쇠와 해초 냄새를 함께 묻혀 왔다. 오늘 마지막으로 돌아와야 할 7번기는 예정보다 18분 늦고 있었다. 늦는 일 자체는 드물지 않았다. 문제는 지연 사유 칸에 뜬 문장이었다. 귀환 경로 재구성 중. 그 아래 아주 작은 회색 글씨로, 보호 음성 패키지 적용.
나는 장갑을 벗고 화면을 다시 눌렀다. 보호 음성 패키지는 현장 작업자용 안전 기능이었다. 파도 높이가 갑자기 오르거나 통신이 끊길 때, 등록된 보호자의 목소리로 짧은 안내를 보내 주는 서비스였다. 예전에는 기계음뿐이었는데, 3년 전부터 신청자가 늘었다. 사람이 놀랄 때 가장 먼저 알아듣는 건 의미보다 익숙한 억양이라는 보고서가 나온 뒤였다. 내 계정에도 하나 등록되어 있었다. 아버지 목소리였다. 신청은 내가 했지만, 실제로 그걸 들은 적은 없었다. 들을 일 없이 지내려고 했고, 그게 가능한 직업이라고 믿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1층에서 발소리가 올라왔다. 교대 근무자인 지혁이 문을 반쯤 열고 얼굴만 들이밀었다. "7번기 아직 안 왔어요?"
"지금 경로 다시 짜는 중이래."
"날씨는 멀쩡한데?" 지혁은 창 쪽을 한번 보고는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패키지 적용까지 떴네. 누가 등록한 거예요?"
나는 대답을 조금 늦게 했다. "가족."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나가지 않았다. 이 건물 사람들은 남의 사정에 무심한 편인데, 가끔 그런 무심함이 질문 하나를 더 남겼다. "가족 목소리로 길 찾으면, 진짜 잘 돌아오긴 해요. 지난달에 11번기도 그랬거든요. 근데 이상한 건 있어요."
"뭐가요?"
"기계가 사람 목소리를 따라오는 건데, 듣는 쪽은 꼭 자기가 찾으러 가는 표정을 하더라고요."
지혁이 내려간 뒤에도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찾으러 간다는 표정. 나는 작업대 구석에 세워 둔 보온병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바다에 나간 건 6년 전 겨울이었다. 어선이 아니라 해저 케이블 점검선이었고, 사고라기엔 조용한 실종이었다. 시신도, 블랙박스도 없었다. 남은 건 음성 샘플 몇 개뿐이었다. 구식 휴대단말 음성메모, 통화 녹음, 보험 서류 확인 전화. 패키지 등록 창에서 재생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는 늘 중간에 멈췄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문장을 듣게 했지만, 사라진 사람의 목소리는 먼저 시간을 듣게 했다. 그 시간 안에서 내가 몇 살이었는지, 그때 무슨 말을 안 했는지가 같이 돌아왔다.
오후 3시 27분, 외부 착륙 패드에서 7번기의 회전음이 들렸다. 나는 바로 내려가지 않고 관제 화면부터 확인했다. 고도 4m, 회전 안정, 기체 손상 없음. 그런데 창밖 패드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분명 가까운데, 유리 너머엔 바닷바람에 들썩이는 주황색 유도 깃발만 있었다. 통신창이 스스로 열리더니 음성 출력 아이콘이 켜졌다. 잠시 잡음이 섞인 뒤, 내가 6년 동안 한 번도 끝까지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관리동 스피커에서 또렷하게 흘렀다.
"민서야, 왼쪽 보면 안 된다."
내 이름을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1층에서 지혁이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오르며 외쳤다. "선배, 7번기 화물칸에 사람 등록이 떠요." 나는 아직 창밖의 빈 패드를 보고 있었고,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서는 구조 지원선이 12분 후 북항을 출발한다는 붉은 알림이 깜빡이고 있었다. 왼쪽을 볼지, 지혁 쪽으로 내려갈지, 아니면 방금 재생된 목소리가 어디서 온 건지부터 확인할지, 두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를 골라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