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봉 냄새

1챕터 · AI 시작

부산 시내버스가 서면 큰길에서 갑자기 멈춰 선다. 이정연은 뒷문 옆 안전봉을 잡고 서 있다가 몸이 앞으로 쏠린다. 한 발을 내딛으면서 봉을 다시 잡는데, 잡고 보니 손 아래에 다른 사람 손등이 있다. "아, 죄송합니다." 먼저 사과한 건 그쪽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정연은 괜찮다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올 것 같았다. 대신 손을 위로 올린다. 두 뼘이면 됐는데 네 뼘을 올렸다는 걸 올리고 나서 안다. 버스가 다시 달린다. 정연은 창밖을 본다. 정확히는 창밖을 보는 척을 한다. 낮 두 시의 버스는 자리가 반쯤 비어 있다. 앉을 수 있는데 정연은 안 앉는다. 아까부터 서 있었고, 지금은 앉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서 있다. 정연은 일곱 해째 병원 원무과에서 일한다. 하루에 손을 몇백 개 본다. 접수증을 받아 가는 손, 도장을 찍어 주는 손. 그 손들은 아무 냄새도 안 난다. 정연의 손에서는 늘 소독제 냄새가 난다. 겨울에는 손등이 갈라지고 여름에는 알코올 냄새가 더 세게 올라온다. 오늘 아침에도 두 번 발랐다. 정연은 안전봉에서 손을 조금 뗐다가 다시 잡는다. 쇠 냄새 사이에 다른 냄새가 섞여 있다. 조금 단 냄새다. 빵 굽는 데서 나는 냄새와 비슷하다. 전포역 앞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탄다. 밀리는 바람에 정연은 봉을 놓친다. 다시 잡으려고 보니 봉 하나를 네 사람이 위아래로 나눠 잡고 있다. 그때 아래쪽 손이 한 뼘 내려간다. 딱 한 손 들어갈 만큼만 비었다. 그 사람은 정연 쪽을 보지 않고 창밖만 보고 있다. 정연은 고맙다는 말을 준비했다가 못 한다. 준비하는 동안 시간이 지나 버렸다. 다음 정류장 안내가 나온다. 그 사람이 어깨에 멘 가방을 고쳐 메고 벨 쪽으로 손을 뻗는다. 사람 두 명 너머라 손이 닿지 않는다. 정연은 자기 옆 기둥의 벨을 대신 누른다. "감사합니다." "저도 여기서 내려요." 정연은 그 말을 하고 나서 자기 귀를 의심한다. 정연이 내릴 곳은 두 정거장 뒤다. 버스가 선다. 둘 다 뒷문으로 내린다. 인도에 서자 부전시장 쪽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사람은 바로 가지 않고 잠깐 서 있는다. 정연도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기요." 정연이 돌아본다. "아까 제 손에서 냄새 났죠." "네." 대답해 놓고 정연이 더 놀란다. 아니라고 할 줄 알았다. "빵집에서 일해서요. 손 씻어도 잘 안 빠져요." "저는 소독제 냄새 나요." 말해 놓고 정연은 손을 등 뒤로 감춘다. 그 사람이 웃는다. "그럼 내일도 이 시간에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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