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선 안쪽
1챕터 · AI 시작
셔츠의 안쪽 솔기는 사람을 금방 배신했다. 겉에서는 멀쩡해 보여도 겨드랑이 밑이나 옆선 3cm쯤에서 먼저 틀어졌다. 2026년 2월의 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수선집에서 나는 그런 부분을 하루 종일 들여다봤다. 오후 8시 10분이면 셔터를 반쯤 내리고 마지막 옷에 다리미를 댔다. 그 시간의 가게는 조용했지만 완전히 비어 있지는 않았다. 스팀이 식는 소리, 형광등이 한 번씩 가늘게 우는 소리, 재단대 밑에서 굴러다니는 분필 조각이 신발 바닥에 닿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내 이름은 윤해진이었고, 이 가게는 원래 어머니 것이었다. 어머니는 무릎 수술 뒤로 잘 나오지 못해서, 나는 3개월 전부터 저녁 마감을 혼자 맡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처음 느낀 건 단추 때문이었다. 맡겨진 옷에는 메모지를 핀으로 꽂아 두는데, 남색 코트에는 분명 "소매 2cm 줄임, 단추 그대로"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수선을 끝내고 보니 앞단의 단추 1개가 다른 것으로 달려 있었다. 크기는 같고 색도 비슷했지만 광택이 미세하게 달랐다. 나는 그런 걸 잘 봤다. 손님이 알아채지 못해도 나는 알아챘다. 바닥을 뒤져도 원래 단추는 없었다. 서랍의 예비 단추 통을 확인했을 때도 같은 종류는 없었다. 내가 잠깐 졸았나 싶었지만, 다리미 전원은 꺼지지 않았고 시계도 8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안 닫았지?"
"거의 다 했어. 왜?"
"오늘은 안감 안쪽 잘 봐. 겉만 보고 넘기지 말고."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기침했다. 나는 웃으면서 손님들 옷 다 뜯어보라는 거냐고 물었지만, 어머니는 웃지 않았다. 맡긴 사람 이름이 없는 옷이 있으면 만지지 말고 두라고 했다. 나는 접수대를 돌아봤다. 오늘 들어온 건 모두 6벌이었고, 접수증도 6장 맞았다. 이름 없는 옷은 없다고 말하려다가, 방금 끝낸 남색 코트의 메모지를 다시 보았다. 핀은 꽂혀 있었는데 메모지가 없었다. 분명 아까까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을 확인해 줄 종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 마지막 손님은 7시 30분쯤 왔다. 중년 여자였고 회색 니트에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얼굴은 평범해서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말투가 이상하게 또렷했다. "급한 건 아니고, 안쪽만 조금 봐주세요." 여자는 검은 정장을 비닐째 건넸다. 나는 접수증을 쓰며 이름을 물었다. 여자는 잠깐 생각하는 것처럼 있다가 적지 않아도 찾으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은 휴대전화 번호라도 남겼다. 나는 규정상 안 된다고 했고, 결국 여자는 민서라고만 적었다. 성은 비워 둔 채였다. 손님이 나가고 비닐을 벗겼을 때 정장 안감에는 뜯긴 자국도, 터진 데도 없었다. 대신 왼쪽 옆구리 안쪽에 시침핀 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었다. 누가 표시만 해 두고 실제로는 뜯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1cm 간격으로 7개. 그 선을 손가락으로 짚어 내려가는데, 원단 아래에서 다른 천이 한 겹 더 만져졌다. 정장 치수와 맞지 않게, 안에서 한 번 더 접어 넣은 것 같은 감촉이었다.
나는 재단가위로 안감 실밥 1줄만 터 보려다가 멈췄다. 어머니 말이 귀에 걸렸다. 맡긴 사람 이름이 없는 옷. 이름은 있었지만 반쯤만 있는 것 같았다. 민서라는 이름이 이렇게 흔한데도, 접수대 장부에 적힌 글씨를 다시 보니 내가 쓴 것 같지 않았다. 내 글씨는 받침을 세게 누르는 편인데, 거기 적힌 민서는 끝이 모두 가볍게 올라가 있었다. 그때 옆 가게 세탁소의 박준모 사장이 셔터를 두드렸다. 내가 고개를 들자 그가 반쯤 내린 틈으로 말했다.
"윤씨, 아직 안 갔네. 방금 손님 다시 온 줄 알았어."
나는 누가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까 검은 옷 맡긴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내가 계속 얘기하는 줄 알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0분째 혼자 있었고, 전화도 끊은 뒤였다. 준모 사장은 내 표정을 보고 라디오를 틀어 둔 거냐고 말을 고쳤다.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가게 안은 너무 조용해서 스팀 다리미의 물통이 식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전부터 누군가 아주 가까운 데서 천을 뒤집는 바스락거림을 계속 듣고 있었다. 소리는 분명 재단대 쪽에서 났는데, 재단대 위의 검은 정장은 한 번도 움직인 적 없는 것처럼 반듯했다. 준모 사장은 밖에서 문 닫기 전에 번호표 하나만 달라고 했지만,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접수대 장부의 마지막 줄, 성 없이 적힌 민서 아래에 같은 필체로 한 줄이 더 생겨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못 본 사이 적힌 문장이었다.
안쪽은 벌써 맞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