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보의 접힌 자리

1챕터 · AI 시작

식탁보는 매일 같은 모양으로 구겨지지 않았다. 2025년 9월, 청주 흥덕구 복대동의 24평 아파트에서 나는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앉아 밥을 먹는 날이 많았다. 이름은 한수민이고, 34살이다. 중학교 행정실에서 일한다. 학기 초가 지나도 공문은 줄지 않았고, 집에 오면 어깨부터 먼저 내려앉았다. 엄마는 두 달 전부터 허리 때문에 우리 집에 와 있었다. 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 더 있다는 건 대체로 편한 일이었지만, 부엌만은 아니었다. 엄마는 식탁 위에 뭘 깔아 두는 습관이 있었다. 비닐 덮개, 얇은 면 식탁보, 그 위에 다시 컵받침. 나는 맨 나무 상판이 편했지만, 그 이야기를 몇 번 하다 말았다. 말해 봤자 다음 날이면 다시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퇴근하고 손을 씻은 뒤 식탁 앞에 앉았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반찬이 아니라 식탁보 가운데 접힌 선이었다. 오늘 아침 내가 급히 커피를 마시고 나갈 때 분명 오른쪽 귀퉁이가 안으로 말려 있었는데, 지금은 반듯하게 펴져 있었다. 대신 가운데에 길게 눌린 자국이 두 개 생겨 있었다. 나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젓가락을 올려둔 흔적처럼 가볍지도 않았다. 손가락으로 눌러 보니 천이 차가웠다. 부엌 창문은 닫혀 있었고, 가스레인지도 꺼져 있었다. 엄마는 안방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누워 있었고, 뉴스가 끝난 뒤의 음악이 작게 새어 나왔다. 나는 국을 데우며 물었다. "엄마, 오늘 누구 왔었어?" 냄비 뚜껑 안쪽에 맺힌 물이 다시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엄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라디오 볼륨을 줄이는 소리, 침대 매트리스가 한번 눌렸다가 돌아오는 소리, 그 다음에야 목소리가 들렸다. "안 왔지. 왜?" 나는 식탁보 쪽을 보며 말했다. "아니, 식탁보가 좀 이상해서." 엄마는 방문 앞까지 나와 식탁을 한번 보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의자를 빼고 앉았다. 허리 때문에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 특유의 조심성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식탁보를 만질 때만 손이 빨랐다. 엄마는 접힌 자리를 펴지 않고 그 위에 손바닥을 잠깐 올려 두었다가 뗐다. 대답은 자연스러웠지만, 엄마는 식탁을 보지 않고 내 뒤쪽을 보고 말했다. 나는 돌아봤다. 뒤에는 싱크대와 작은 쌀통, 벽에 붙여 둔 종량제 봉투 달력뿐이었다. 엄마는 내가 시선을 돌린 사이에 식탁보 끝을 1센티미터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원래는 식탁 상판보다 살짝 길게 내려오던 천이었다. 왜 그렇게 했는지 묻고 싶었는데, 엄마가 먼저 된장찌개가 식는다고 말했다. 나는 묻지 않았다. 그런 식의 망설임은 집 안에서 쉽게 쌓였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자꾸 발등에 뭔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식탁보 끝이겠거니 했는데, 발을 뒤로 빼면 닿지 않았고, 다시 원래 자세로 앉으면 한번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스쳤다. 천이 다리 사이에서 흔들릴 리 없는데도 그랬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식탁 아래를 보려고 했지만, 그 순간 엄마가 뜬금없이 말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 나는 벽시계를 봤다. 저녁 8시 17분이었다. 평소보다 20분쯤 빠르긴 했다. "응, 회의 취소돼서." 엄마는 국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도자기 바닥이 받침에 닿는 둔한 소리가 났다. "아니, 그 말 말고." 엄마는 내가 당연히 기억할 거라는 얼굴로, 너무 평범하게 덧붙였다. "오늘은 아까 7시쯤 한 번 들어왔잖아. 물 마시고 다시 나갔지. 식탁보도 그때 네가 들췄고." 나는 7시쯤 학교에서 아직 퇴근 정산표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시간의 일을 기억할 수 있는 건, 행정실 벽걸이 에어컨이 7시 정각에 꺼져서 내가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기억이 너무 분명해서 오히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내 침묵을 못 들은 사람처럼 밥을 한 숟갈 더 떴다. 그리고 조금 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수민아, 근데 너 아까 왜 문 안 닫고 갔어?" 그 말을 듣는 순간에도 내 발등에는 무언가가 닿아 있었다. 식탁 아래를 보지 않았는데도, 보지 않는 쪽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계속 저녁 프로그램 시보가 흘렀다. 9시 뉴스까지는 43분 남아 있었다. 엄마가 본 사람이 나였는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정말 집에 다녀간 건지, 아니면 식탁 아래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셋 중 하나를 골라야 했고,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의 저녁과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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