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먼저 와 있었다
1챕터 · AI 시작
택배 수령 대장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후 4시, 아파트 경비실 창문 앞이었다. 택배가 왔다는 문자를 받고 내려왔을 뿐이었다. 경비 아저씨는 자리에 없었고, 창턱 위 대장만 펼쳐져 있었다. 맨 아래 줄에 우리 집 호수, 내 이름, 그리고 서명.
서명은 내 것과 똑같았다. 첫 글자를 크게 쓰고 끝을 길게 빼는 버릇까지.
수령 시각 칸에는 4시 05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휴대폰을 봤다. 4시 02분이었다. 3분 뒤의 시각이 먼저 적혀 있었다.
"택배 찾으러 오셨어요?"
경비 아저씨가 분리수거장 쪽에서 장갑을 벗으며 걸어왔다.
"네. 1204호요."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가져가셨잖아요. 상자 들고 엘리베이터 타시는 거 저기서 봤는데."
나는 경비실 안 선반을 봤다. 상자들 사이에 한 칸이 비어 있었다. 먼지가 앉지 않은 네모 자국만 남아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쪽을 돌아봤다. 문은 닫혀 있었고, 층수 표시가 올라가고 있었다. 10, 11, 12.
12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