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옆 의자

1챕터 · AI 시작

종민 씨가 우리 집에 온 건 오늘이 처음이다.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었고, 전주 완산구 우리 집 부엌은 사람 셋이 서 있으면 금방 더워진다. 어머니는 찌개를 다시 데우겠다고 가스 불을 켰고, 옆집 윤자 아주머니는 벌써 상 끝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나는 수저를 놓다가 같은 자리에 두 번 놓았다. 종민 씨와 나는 같은 재가복지센터에서 일한다. 나는 요양보호사고 그는 운전과 서류 심부름을 맡는다. 같이 일한 지 2년이 넘었다. 그 2년 동안 우리가 나눈 말은 거의 다 어르신 이름과 주소였다. 오늘 낮에 어머니 무릎이 또 부었다는 말을 내가 했다. 그는 퇴근길에 파스를 들고 왔다. 그 말을 내가 왜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서 오세요. 그, 신발은 그냥 두세요."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높았다. 윤자 아주머니가 나를 봤다.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어머니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왔다. "병원에서 같이 받아 온 거예요. 냉장고에 넣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밥은 먹었어요?" "먹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낮에 같이 나갔다가 그가 점심을 거른 걸 나는 안다. 나는 밥그릇을 하나 더 꺼냈다. 그는 아니라고 세 번쯤 말하더니 결국 싱크대 옆 작은 의자에 앉았다. 상에는 자리가 있었다. 그 의자는 다리가 짧아서 어른이 앉으면 무릎이 위로 들린다. 여기 앉으세요, 라고 말하면 됐다. 여덟 글자다. 어머니가 있고 윤자 아주머니가 있어서 나는 그 여덟 글자를 못 했다. "미정이는 저렇게 일만 하고 시집도 안 가고." 윤자 아주머니가 국그릇을 당기며 말했다. 어머니가 웃었고 나는 김치통 뚜껑을 세게 닫았다. 종민 씨는 웃지도 않고 안 웃지도 않았다. 물컵만 두 손으로 쥐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총각은 센터 그만둔다면서요." 나는 김치통을 든 채로 섰다. "다음 달까지만 합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순창 내려가요." "어머, 어쩐대." 어머니가 국자를 놓았다. 나는 김치통을 냉장고에 넣고 문을 닫았다. 닫고 나서도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다음 달까지. 나는 오늘 처음 들었다. 윤자 아주머니는 아는 얘기를 나는 몰랐다. 하기야 나한테 말할 이유도 없다. 우리가 나눈 말은 어르신 이름과 주소뿐이었으니까. 나는 국을 한 그릇 떠서 그 앞 세탁기 위에 놓았다. 상까지는 못 오게 하고 국은 주는 게 무슨 짓인가 싶었지만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안 뜨거워요?" "괜찮습니다." 그는 국에 손을 안 댔다. 대신 내가 놓은 자리에서 그릇을 조금 자기 쪽으로 당겼다. 그것만 했다. 밥을 다 먹고 윤자 아주머니가 일어섰다. 어머니가 배웅한다고 같이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고 부엌에 우리 둘만 남았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찌개가 아직 식는 중이었다. 나는 상 위의 내 밥그릇을 들었다. 싱크대 쪽으로 걸어가서, 그 낮은 의자 옆 바닥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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